영화를 보면서 팝콘에 손이 안 가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2025년에 본 영화 중 가장 화가 치밀었던 작품이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보니 팝콘 통은 거의 그대로였고 콜라만 바닥나 있었습니다. 답답하고 분해서 목이 탔던 것 같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섬.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2016년 개봉작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은 이야기입니다.페이크 다큐멘터리가 만들어내는 불편한 현실감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 형식입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실제로는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고 편집하여 마치 실제 사건을 기록한 영상처럼 보이게 만드는 영화 기법입니다. 러닝타임 중 약 1시간 분량이 극 중 카메라맨 석훈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
어제 '거룩한 계보'를 보고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비슷한 결을 가진 영화를 찾다가 '좋은 친구들'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개봉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인데, 지금 다시 보면 배우들이 너무 달라 보입니다. 이게 같은 영화인가 싶을 만큼요.담백한 시나리오가 만들어 낸 리얼리티'좋은 친구들'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런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국내 느와르 영화라는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저도 처음엔 그 점이 낯설었습니다.이 영화는 자극적인 폭력 묘사를 의도적으로 걷어냈습니다. 다른 느와르 영화들, 예를 들어 '신세계'나 '친구'는 미장센(mise-en-scène), 그러니까 화면 안에 배치된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남자들의 거칠고 위압적인 세계를 구성합니다. 폭행과 살인 장면이 강렬하게 묘사되고,..
극장 흥행은 초라했지만, 느와르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교과서처럼 회자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6년 장진 감독의 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열 번은 넘게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에서 감정이 걸립니다. 한국 느와르의 '한'과 '정'을 이렇게 담아낸 영화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한국 느와르의 재해석는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한 채 극장에서 내려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입소문으로 접했습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뒤늦게 DVD로 만난 영화였는데, 첫 장면부터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영화의 장르는 느와르(noir)입니다. 느와르란 범죄, 배신, 운명적 비극을 주축으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영화 장르를 말합니다. 한국 느와르는 여기에 '정(情)'이라는 ..
2018년, 지금은 모두가 아는 배우 7명이 한 코미디 영화에 모였습니다. 그 영화를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축 처지는 날, 제가 꺼내 든 게 바로 영화 머니백이었습니다.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든 우당탕탕 판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한두 명의 주인공이 서사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가 동등한 비중으로 얽히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머니백은 전형적인 앙상블 캐스팅 구조를 가진 영화입니다.엄마 수술비 때문에 돈이 절실한 편의점 알바생 민재(김무열), 보직 정지를 당하고 빼앗긴 총을 돌려받으려는 최영사(박희순), 불법 도박판을 쥐락펴락하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교과서에서 "맥아더 장군이 성공시킨 작전" 이 한 줄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게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거대한 일이었는지 체감한 적이 없었는데, 영화 한 편이 그 무게를 꽤 묵직하게 전달해 줬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첩보작전으로 풀어낸 1950년 9월의 전장영화는 1950년 9월을 배경으로, 해군 첩보부대 소속 첩보원 장학수의 잠입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은 신분을 위장한 채 북한군 사령부에 침투하고, 작전 해도를 탈취하거나 북한군의 브레인인 류장춘을 납치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여기서 첩보작전(covert operation)이란 적진에 신분을 숨기고 침투하여 정보를 수집하거나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바디체인지 장르 한국 영화 중 2019년 기준으로 손꼽힐 만큼 흥행했던 작품이 있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관 기둥마다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던 홍보 포스터를 보고 저도 결국 혼자 극장을 찾았는데, 보는 내내 팝콘을 손에 든 채 실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그 판단에 도움이 될 겁니다. 바디체인지 장르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었나바디체인지(Body Change)란 두 인물의 영혼 또는 육체가 서로 뒤바뀌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장르 공식을 말합니다. 할리우드에서도 수십 년간 우려먹은 포맷이라 솔직히 식상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 영화 내 안의 그놈은 이 낡은 틀 위에 토핑을 잔뜩 올렸습니다. 폭력 조직 보스와 고등학생이 몸이 바뀐다는 기본 설정에, 조직 내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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