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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예고편 하나 우연히 보고 "이거 재밌겠는데?" 싶었던 게 전부였습니다. 장기이식을 통해 초능력을 얻는다는 설정, 그리고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는 서사가 뭔가 달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팝콘을 사 가지고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통이 비어 있었습니다.

     

    줄거리

    영화의 큰 줄거리는 한국판 히어로물을 다룬 코믹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첫 장면이 이식 수술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식 수술이 끝난 후 기증자의 몸이 소멸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후 심장 이식을 받은 완서(이재인), 간이식을 받은 약선(김희원), 폐이식을 받은 지성(안재홍), 신장 이식을 선녀(라미란), 각막 이식을 받은 기동(유아인), 그리고 췌장을 이식받은 영춘(신구, 박진영)이 등장합니다. 완서는 몸이 빨라지고 힘이 쎄진 초능력을, 지성은 바람을 강하게 조정할 수있는 초능력을, 기동은 전기와 전파 등을 다룰 수 있는 초능력을, 약선은 치유의 초능력을, 그리고 선녀는 이들의 힘을 통합하거나 다른 데로 이동시킬 수 있는 브릿지와 같은 초능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완서와 지성, 선녀, 기동은 기증받은 장기를 통해 새 삶을 살게 되었고 초능력까지 갖게 되어서 이 사회의 히어로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사이비 교주 영춘은 이들의 능력을 모두 가져서 불사의 신이 되려는 야욕을 갖습니다. 교주 영춘에 맞서 나머지 초능력을 얻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영춘의 계획을 막아내는 서사로 흘러가는 간략한 줄거리입니다.

     

    장기이식과 초능력이라는 설정,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이 영화의 핵심 설정은 한 명의 장기 기증자로부터 여섯 개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장을 이식받은 완선은 초인적 근력을 얻고, 간을 이식받은 약선은 타인의 부상을 자신이 흡수하는 치유 능력을 갖게 됩니다. 이를 두고 "말이 되냐"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오히려 이 영화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진지하게 설명하려 들지 않고, 처음부터 이건 만화적 세계관임을 선언하고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연출 측면에서 주목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VFX(Visual Effects)입니다. VFX란 실제 촬영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장면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시각 효과를 말하며,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영화에 따르면 완선의 초능력 액션 시퀀스를 위해 블루베드에서 배우의 움직임을 배속으로 촬영한 뒤 VFX를 더해 디지털 캐릭터를 제작하고, 이를 실제 촬영본과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과정 자체는 정교한 시도였지만, 결과물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특히 능력이 발현되는 순간마다 화면의 질감이 미묘하게 어색해지는 부분이 있었고, 저는 그 순간마다 살짝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톤앤매너(Tone and Manner)라는 측면에서 일관성이 있습니다. 톤앤매너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표현 방식의 통일성을 뜻합니다. 이 영화의 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병맛 코미디와 진심 액션의 공존"입니다. 과속 스캔들, 써니, 스윙키즈를 연출한 강영철 감독 특유의 말맛과 유머 감각이 전면에 깔려 있고, 그 위에서 액션만큼은 진심을 다한 구조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조합이 오히려 작품의 개성이라고 느꼈습니다.

    한국 장기 이식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 명을 넘어섰으며 기증자 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출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영화가 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소비했다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일반 대중이 장기이식이라는 소재에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핵심 설정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장기 기증자는 한 명이며, 총 여섯 개의 장기가 각각 다른 사람에게 이식됨
    • 각 이식 부위에 따라 초능력의 종류가 다르게 발현됨
    • 이식자들의 손목에는 공통된 문양이 나타나 서로를 식별하는 장치로 활용됨
    • 악당인 교주 서영춘은 타인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을 지님

    진영과 신구가 만들어낸 한 인물, 그리고 아쉬운 것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진영의 연기였습니다. 솔직히 기대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화면에서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배우 신구가 연기한 교주 서영춘이 젊어진 이후의 모습을 맡았는데, 단순히 외모가 비슷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신구 특유의 억양, 말을 끊는 호흡, 미세한 제스처까지 반영되어 있어서 "아, 저 사람이 그 사람이구나"라는 확신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이를 연기 용어로 캐릭터 일관성(Character Consistency)이라고 부릅니다. 캐릭터 일관성이란 동일 인물이 다른 배우나 다른 상황에서 표현될 때도 관객이 같은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설득력을 의미합니다. 이 부분에서 두 배우의 호흡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배역을 나눠 연기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반면 CG(Computer Graphics) 품질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CG란 컴퓨터로 생성된 이미지를 실제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을 뜻하는데, 한국 영화 시장에서 슈퍼히어로 장르는 아직 할리우드 대비 예산 편차가 크게 존재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상업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할리우드 메이저 작품 대비 10분의 1 이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환경에서 초능력 액션을 구현하려다 보니, 결정적인 장면에서 CG가 현실감을 오히려 깎아먹는 역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장면의 연출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특히 초능력자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나, 악당의 능력이 발현되는 시퀀스에서 대사가 너무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해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보니"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과장과 직설을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성치식 무협 코미디와 마블을 동시에 참조한 듯한 이 영화는, 완성도보다는 정체성이 더 뚜렷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한국형 슈퍼히어로 무비(Superhero Movie)의 첫 번째 진지한 실험이라고 봅니다. 슈퍼히어로 무비란 초인적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사회적 갈등이나 악과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아직은 완성도 면에서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이 방향성 자체는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맞는 관객은 분명히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날, 팝콘 한 통 들고 그냥 흘러가는 영화가 필요할 때, 하이파이브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줍니다. 다만 완성도 높은 CG나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고 들어간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진영과 신구가 만들어낸 서영춘이라는 인물 하나만으로도 극장 값이 아깝지 않았다는 게 저의 최종 판단입니다. 꼭 팝콘을 챙겨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YCMSk3U6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