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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서 신혜선 배우가 교복 입은 남학생을 엘보로 제압하는 장면이 흘러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화면에 손가락을 멈췄습니다. 기간제 교사가 학교폭력 가해자를 직접 응징한다는 설정, 일반적으로 뻔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기대를 꽤 크게 넘어섰습니다. 교권이 바닥으로 떨어진 지금 시대에,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속이 후련한지 한번 짚어봤습니다.

    속시원함 — '소시민'이라는 이름이 주는 감각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소시민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저도 한 번 피식했는데, 생각할수록 이 이름 하나가 영화 전체의 의도를 압축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시민도 영웅도 아닌 '소시민'. 관객 누구나 자기 자신을 그 이름 위에 얹어볼 수 있게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신혜선이 연기하는 소시민은 임용 3개월 차 기간제 교사입니다. 정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학교 내 불의를 눈앞에 두고도 꾹 참아야 하는 인물이죠. 여기서 '기간제 교사'라는 설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의 핵심 긴장감으로 작동합니다. 기간제 교사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신분으로, 계약 갱신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입니다. 이 불안정한 지위가 소시민을 침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족쇄였고, 그 족쇄를 끊는 순간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소시민이 처음 참을 때의 감각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교감에게 치근덕거림을 당해도, 한수강이 학생을 괴롭히는 장면을 봐도, "내가 잘못했나?"라고 되뇌며 버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직장인이라면, 혹은 조직 안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감각이니까요. 그래서 소시민이 마침내 한수강의 대퇴부를 엘보로 찍어버리는 장면에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리를 지르게 되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그 장면에서 손뼉을 치고 싶었습니다.

    교권침해 — 영화가 건드린 불편한 현실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소재 영화는 학생 간의 갈등에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교사를 표적으로 삼는 폭력도 정면으로 다룹니다. 한수강은 학생뿐 아니라 기간제 교사를 일부러 찾아가 조롱하고,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그 배경에 지역 권력이 깔려 있다는 설정입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영화의 묘사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교권침해 경험 비율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심각한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영화 속 한수강 어머니가 학교에 들이닥쳐 투서를 쓴 교사를 바로 해고하라고 압박하는 장면은 그 현실을 과장 없이 담아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에서 많은 관객이 웃음과 분노를 동시에 느낍니다. 웃긴 이유는 저렇게 뻔뻔할 수 있냐는 황당함 때문이고, 분노하는 이유는 저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구조는 '대리인 네트워크'입니다. 한수강 혼자서는 이 모든 걸 할 수 없습니다. 똘마니들이 CCTV를 막고, 어머니가 학교를 압박하고, 법조인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학교폭력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권력 구조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상당수가 신고 이후에도 보복 피해를 경험하며, 이는 피해자의 신고 자체를 억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영화 속 진영이가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무혐의 처리를 받고 오히려 더 심한 보복을 당하는 전개는 이 연구 결과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교훈적으로 보여주려 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침묵하는 교사도 폭력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점
    • 피해자의 신고가 보복으로 돌아오는 구조적 문제
    • 기간제라는 신분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현실
    • 학교폭력 뒤에 작동하는 지역 권력과 경제적 불균형

    학교폭력 — 뻔한 소재인데 왜 이렇게 통할까

    솔직히 처음엔 '또 학폭 소재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가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피해자의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단순한 감동 코드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진영이가 소시민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속삭이는 장면에서, 소시민은 바로 용기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도 목숨이 걸려 있다"며 거절합니다. 이 장면이 제 경험상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못 본 척하는 건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현실, 그 무게를 영화가 외면하지 않은 겁니다.

    악역 한수강을 연기한 이준영 배우의 연기는 솔직히 기대 없이 봤다가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이준영 배우가 보여주는 한수강은 단순한 일진이 아닙니다. 폭력을 즐기면서도 자신이 특권층임을 철저히 인식하고 이용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있어 배우가 활용한 건 과도한 분노 표현이 아니라 시선과 여유였습니다.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좀 걱정됩니다. 학교폭력이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미디어에서의 반복적인 노출이 모방 범죄를 자극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결말처럼 통쾌한 응징으로 끝나는 서사 구조가 현실에서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제 머릿속을 계속 굴리게 만들었던 지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영화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하나로 수렴되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더 많이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걸 가르치는 건 결국 어릴 때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신혜선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하고 싶다면 충분히 후한 평점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속시원함을 원하면서도 그 이후 여운까지 챙기고 싶은 분이라면, 웨이브에서 독점 스트리밍 중인 영화 '용감한 시민'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단, 보고 나서 할 말이 꽤 많아질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EdgL06Y5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