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코미디 영화에서 웃음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지난 주말 유독 일찍 찾아온 더위에 에어컨 앞에 앉아 뭔가 시원하게 웃고 넘어갈 영화를 떠올리다 문득 2017년 개봉작 보안관이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긴 영화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는데, 왜 그런지 제가 직접 본 감상을 풀어보겠습니다.

    이성민·조진웅·김성균, 배우 케미가 이 영화의 뼈대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스토리보다 캐스팅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이 세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일단 보자"는 결론이 나왔거든요.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개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앙상블 연기(Ensemble Acting)입니다. 앙상블 연기란 특정 주연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배우가 서로의 연기를 받쳐주며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보안관은 이 앙상블 연기의 교과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민이 연기하는 전직 형사 대호의 과한 오지랖과 조진웅이 연기하는 구종진의 능청스러운 위선이 맞부딪힐 때, 두 배우의 호흡이 단 한 장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한 배우가 치고 들어오면 다른 배우가 절묘하게 받아내는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요소가 방언 연기(Dialect Acting)입니다. 방언 연기란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연기 기법입니다. 로컬수사극의 특성상 사투리가 어색하면 몰입감이 한 번에 무너지는데, 보안관에 출연한 배우들 상당수가 부산 출신이라 이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 경험상 사투리 연기가 억지스러운 영화를 보면 극 중 긴장감이 모두 풀려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보안관은 그런 걱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 특유의 질감을 유지합니다.

    보안관의 배우 케미를 한 줄로 정리하면, 서로가 서로를 살려주는 구조입니다. 이런 앙상블이 가능한 건 세 배우 모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유연한 연기 스펙트럼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로컬수사극 장르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

    보안관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로컬수사극(Local Crime Drama)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로컬수사극이란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그 지역의 공동체, 사람들, 문화를 수사 서사 안에 녹여낸 장르를 말합니다. 부산 기장을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는데, 배우들이 부채질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들입니다. 실제로 무더운 여름 기장 현지에서 찍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불쾌지수가 화면에 그대로 전달됩니다. 촬영 현장에서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땀과 더위가 오히려 영화에 설명할 수 없는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로컬수사극이 주목받는 이유는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지역 배경 영화는 특정 지역 관객층의 재관람률이 서울 배경 영화 대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산 관객이라면 기장, 통영 등 익숙한 촬영지를 찾아내며 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보안관이 로컬수사극으로서 성공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산 기장 전역을 배경으로 한 100% 올로케이션 촬영
    • 지역 주민 공동체의 역학을 서사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편입
    • 부산 출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방언 연기로 지역 정서 구현
    • 여름 현지 촬영으로 만들어진 날것의 현장감

    다만 제 경험상 이 장르의 약점이 하나 있는데, 지역색이 강할수록 서사 구조가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안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개와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흐름을 따라갑니다. 이 부분은 아쉽긴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더운 여름에 보안관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

    영화를 평가할 때 쓰이는 개념 중에 오락적 완성도(Entertainment Completeness)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오락적 완성도란 예술적 심오함보다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얼마나 만족스러운 감정 상태를 갖게 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이 잣대로 보면 보안관은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배꼽이 빠질 만큼 웃기는 영화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을 깎지 않습니다. 유쾌하게 설정된 캐릭터들이 예상보다 인간적인 면을 드러낼 때, 그 지점에서 오는 웃음과 공감이 더 오래 남습니다. 대호가 기장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도 다시 그들을 위해 나서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 움직였는데, 이 부분이 단순 코미디가 아닌 이유입니다.

    한국 영화 관람 행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름 시즌 코미디 장르 영화의 재관람 의향은 다른 계절 대비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더위로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에서 무거운 메시지보다는 가볍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가 더 잘 맞기 때문입니다. 보안관이 딱 그 자리에 맞는 영화입니다.

    스토리 구조가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결국 배우들 덕분입니다.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뻔한 전개조차 볼만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 점은 제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바람 아래 시원한 콜라 한 캔과 함께 보기 딱 좋은 영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보안관을 꺼냅니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 불쾌지수를 한 방에 낮춰줄 선택지로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가족 단위로 편하게 볼 수 있는 범죄 코미디를 찾고 계신다면, 보안관은 틀리지 않는 선택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6uchdXCK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