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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권상우 배우를 코믹 연기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한 수에서 보여준 강렬한 액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히트맨을 보고 나서 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200만 관객을 넘긴 흥행 성적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권상우 액션 연기, 실제로 보니 어땠나
일반적으로 액션 배우는 코믹 연기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히트맨에서 권상우는 짠내 나는 생활감과 날렵한 액션을 동시에 소화했는데, 이 둘이 충돌하지 않고 꽤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말쭉거리 잔혹사 시절부터 원조 몸짱 배우로 불렸던 그가, 이번엔 근육만 믿는 캐릭터가 아니라 표정과 타이밍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저는 꽤 놀랐습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이란 개념을 짚어볼 만합니다. 앙상블 캐스팅이란 주연 한 명이 아니라 조연까지 고르게 매력적인 배우들을 배치해 극 전체의 에너지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히트맨은 이 구성이 제법 잘 작동하는 편이었습니다. 황우슬혜의 깜짝 액션 장면은 솔직히 저도 예상 못 했는데, 꽤 잘 어울렸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백치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가 이런 장면도 소화한다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이이경이 연기한 캐릭터는 방패연 조직의 마지막 암살자 역할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 자체가 아쉬웠습니다. 너무 순둥이 캐릭터로 처리되어 긴장감이 흐트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방패연 조직의 마지막 암살자'라는 설정이 주는 위협감을 제대로 살렸더라면 이야기가 더 탄탄해졌을 텐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허성태 배우는 신의 한 수, 귀수편에 이어 히트맨까지 권상우와 두 작품 연속으로 함께했습니다. 거제 출신으로 뒤늦게 연기를 시작해 이제는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걸 보면, 제가 직접 두 작품을 이어서 보고 나서야 이분의 성장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한국 영화 산업의 코믹 액션 장르는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영화 전체 관객 수는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1억 명대에 근접했고, 그 중 코믹 액션 장르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히트맨의 유머 코드, 검증해보면
히트맨의 유머가 신선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 보고 나서 제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유머 코드 자체가 올드한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슬랩스틱(slapstick)과 상황 코미디를 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슬랩스틱이란 과장된 몸짓과 소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시각적 개그 형식으로,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전통적 기법입니다. 이 방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젊은 관객층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건 권상우 배우의 '짠내 나는' 생활감 연기였습니다. 화려한 스파이 설정과 달리 현실감 있는 소시민적 감각을 녹여낸 장면들에서 저는 실제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액션 배우의 이미지 소비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극중 권상우와 황우슬혜의 딸로 나온 이지원은 SKY캐슬에서 강예빈 역할로 인상 깊었던 배우입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니 반가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랩 장면은 꽤 찐하게 와닿았습니다. 이런 소소한 요소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히트맨을 관람 전에 어떻게 준비하면 더 잘 즐길 수 있는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의 한 수 또는 귀수편을 미리 보면 허성태 배우와의 케미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SKY캐슬을 봤다면 이지원 배우의 등장 장면에서 반가움이 배가됩니다.
- 스토리의 치밀함보다는 배우들의 앙상블과 코믹 타이밍을 즐기는 태도로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부모님 세대와 함께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유머 수위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한국 코믹 액션 영화는 패밀리 관객층을 포함한 넓은 수요층을 확보할 때 흥행 안정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히트맨의 200만 관객 돌파는 이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준호 배우에 대해서는... 솔직히 딱히 적을 말이 없었습니다. 그게 저만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히트맨은 완성도 높은 스릴러나 밀도 있는 드라마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더운 날 혹은 지친 날, 그냥 크게 웃고 싶다는 목적 하나로 간다면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저는 권상우 배우의 코믹 연기를 반신반의하며 들어갔다가 예상보다 훨씬 유쾌하게 나왔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라면 큰 기대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쯤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