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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라인업만 보면 무조건 재밌을 것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봤을 때 "이 배우들로 겨우 이 정도야?"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면, 그건 영화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배우 선택의 문제일까요? 저는 아이를 일찍 재우고 오랜만에 생긴 자유 시간에 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샤워까지 개운하게 하고, 에어컨 앞에 앉아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배우 캐스팅이 발목을 잡은 충청도 지역 코미디

    영화 컴백홈은 개그맨을 꿈꾸다 모든 것을 잃은 기세(송새벽)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고향 아산으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조폭 코미디, 가족 드라마, 로맨스까지 한 편에 버무린 구성인데, 장르 혼합 자체는 이연우 감독이 전작에서도 즐겨 써온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배우 각각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직접 보면서 느꼈는데, 송새벽이 맡은 기세 캐릭터가 생각보다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무능하거나 엉뚱한 인물이 코미디의 중심이 되려면 그 답답함 자체가 웃음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 선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효과(character effect)란 배우가 맡은 역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적 파급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배우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감정이나 분위기가 자동으로 형성되는 효과입니다. 이연우 감독의 전작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김윤석이 이 효과를 극대화했고, 피끓는 청춘에서도 배우 구성이 그 효과를 단단하게 받쳐줬습니다. 이번 컴백홈은 그 부분이 유독 약합니다.

    라미란은 오랜 인연으로 출연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배역 자체가 내 안의 그놈에서 맡았던 역할과 거의 겹칩니다. 자기복제(self-replication)라는 표현은 감독이 같은 방식을 반복 사용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배우도 같은 유형의 캐릭터를 반복하고 있어 소모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범수는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와 과거 조연 시절의 내공을 발휘하긴 하는데, 외모의 변화로 인해 집중이 분산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경영은 이런 장르에서 너무 자주 보이는 배우라 섭외 자체가 식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컴백홈에서 캐스팅 아쉬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송새벽: 주연으로서 코미디 구심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함
    • 라미란: 이전 출연작과 캐릭터 유형이 지나치게 겹쳐 신선함 부재
    • 이범수: 연기 내공은 살아 있으나 외적 변화로 몰입 분산
    • 이경영: 장르 내 과도한 반복 섭외로 섭외 효과 희석

    순제작비 50억 원 규모의 상업 영화에서 이 정도 배우 라인업이라면 캐스팅 디렉팅(casting directing), 즉 작품의 방향성과 캐릭터에 맞게 배우를 선발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 영화 관객 1인당 평균 관람 편수는 2023년 기준 약 2.76편으로 줄어들었고, 선택이 까다로워진 관객일수록 배우 구성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연우 감독의 연출력과 지역 코미디의 한계

    그럼에도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퇴보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더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평이 낮으면 연출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연우 감독은 피끓는 청춘 이후 8년 만에 장편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컴백홈 역시 감독 특유의 충청도 지역색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로컬리티(locality)란 특정 지역의 문화, 언어, 정서가 작품에 녹아드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연우 감독은 이 로컬리티를 코미디 리듬과 결합하는 방식을 전작에서부터 꾸준히 다듬어 왔고, 컴백홈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충청도 특유의 느린 호흡, 좁은 지역 공동체의 폐쇄성, 그 안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럽고도 씁쓸한 사건들은 분명 살아 있습니다.

    장르 측면에서 보면, 컴백홈은 조폭 코미디(gangster comedy)의 외형을 빌리되 실제로는 귀향 성장 서사에 가깝습니다. 조폭 코미디란 범죄 조직을 배경으로 웃음과 인간 드라마를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 영화 특유의 하위 장르입니다. 이 장르는 2000년대 초중반에 절정을 맞이했고, 지금 기준으로는 소재 자체가 철 지난 느낌을 줍니다. 이 점이 평단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이연우 감독 특유의 코미디 리듬감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실소가 터지는 장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산을 배경으로 한 지역 영화로서 공간 밀착형 서사를 구현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3년 기준 국내 개봉 영화 중 수도권 외 지역을 주요 배경으로 삼은 상업 영화 비율은 전체의 15% 내외로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맥락에서 충청도 아산이라는 구체적인 지역을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컴백홈이 박스오피스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 영화 취급을 받는 이유는, 감독의 연출 세계가 퇴보해서가 아니라 이를 받아주는 배우 구성이 약했고, 그 빈자리를 메울 만큼 홍보와 배급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창고 영화도 아니고 실제 촬영 이력도 분명한 신작이 이런 식으로 묻히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이연우 감독의 전작들, 특히 거북이 달린다나 피끓는 청춘을 재밌게 보셨다면 컴백홈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김윤석 급의 배우 효과 없이 같은 방향성을 유지했을 때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볼 만하고, 충청도 특유의 정서가 좋으신 분이라면 오히려 소소한 재미를 더 느끼실 수 있습니다.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고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oy4f966j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