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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영화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편이었는데, 코로나로 집에 갇혀 있던 그 시절 넷플릭스에서 카터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확히는 "이게 영화가 맞나?" 싶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2022년 공개된 정병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터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인정받는 영화입니다.

    목욕탕에서 시작된 혼돈, 이 액션 연출이 대체 뭔가요

    카터의 첫 장면부터 뭔가 다르다는 걸 직감하셨을 겁니다. 저는 처음 보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채 목욕탕에서 눈을 뜬 남자, 온갖 무기가 쏟아지는 그 공간에서 시작되는 오프닝은 관객에게 숨 돌릴 틈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적 요소는 롱테이크 기법입니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장시간 끊지 않고 촬영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가 초당 수십 번의 빠른 컷 편집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면, 카터는 반대로 편집 자체를 최소화해 마치 관객이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기법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정체성이기도 했습니다.

    세계관도 꽤 흥미롭습니다. DMZ 바이러스라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휴전선 인근에서 발병해 10개월 만에 미국 내 감염자가 15만 명, 북한은 인구 3분의 1이 감염되어 붕괴 직전에 이른 상황입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정병호 박사가 개발한 치료제 덕분에 감염자가 거의 없는 상태였고, 그 치료제의 핵심에는 박사의 딸 정하나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이 있었습니다. 코드네임 카터로 불리는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채 이 모든 혼돈 속에 던져지는 구조입니다.

    카터의 연출 스타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롱테이크 기반의 원신 촬영으로 편집 없이 이어지는 액션
    • POV 샷(1인칭 시점 촬영) 적극 활용으로 관객 몰입감 극대화
    • 와이어 액션과 실제 스턴트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

    POV 샷이란 카메라가 인물의 눈 위치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관객이 주인공의 시점으로 싸움을 함께 겪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 기법이 반복되기 때문에 시각적 피로도가 높다는 평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카터만의 독특한 문법이라고 느꼈습니다.

    주원의 몸이 만든 장면들, 롱테이크는 누가 찍었을까요

    주원 배우를 평소에도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목욕탕 씬에서의 벌크업된 몸과 빠른 몸놀림은 제 뱃살을 번갈아 보게 만들 정도였고,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돌려봤습니다.

    카터에서 주원은 스턴트 의존도를 낮추고 본인이 직접 상당 부분을 소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기술입니다. 퍼포먼스 캡처란 배우의 신체 움직임과 표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디지털 후반 작업에 활용하는 기술로, 액션의 사실감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물론 카터의 경우 이 기술보다는 실제 몸으로 찍어낸 부분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그래서 더욱 대단해 보였습니다.

    스토리 면에서도 구조는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CIA, 국정원, 북한 쿠데타 세력, 그리고 정체불명의 귀 안 장치로 카터를 유도하는 북측 요원까지,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서사를 이끌어갑니다. 기억을 잃은 카터가 자신이 사실 CIA 소속 북한 스파이였으며, 감시 요원이었던 정희와 사랑에 빠져 해외 도피를 계획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는 구조는 충분히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개봉 및 OTT 공개 한국 액션 영화 중 해외 유통 성과 면에서 카터는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진입하며 주목받은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평점은 낮아도 이 영화가 기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카터의 평점이 낮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도 처음 점수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액션은 처음엔 압도적으로 다가오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이 밀도가 유지되면서 오히려 관객이 먼저 지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독이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다 집어넣은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마치 정병길 감독의 데모릴(Demo Reel)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데모릴이란 감독이나 촬영팀이 자신의 역량을 집약해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영상을 의미하는데, 카터는 그 수준의 에너지와 욕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2019년작 악녀도 그런 감각이 돋보였지만, 카터는 그것을 훨씬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평점이 낮았던 이유를 냉정하게 짚어보면 몇 가지가 보입니다.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의 연기가 NPC, 즉 게임 속 자동 생성 캐릭터처럼 느껴진다는 지적은 저도 공감했습니다. 배경과 인물 설정이 한국 영화치고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스토리의 공감대보다 액션이 압도적으로 앞서다 보니 감정선이 뒤따라오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고 노력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OTT(Over The Top)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가 이런 과감한 연출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후 한국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넓히는 데 분명히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OTT란 인터넷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넷플릭스·왓챠·웨이브 등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OTT를 통한 한국 콘텐츠 해외 노출 건수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으며, 장르 다양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카터는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감독들이 나중에 제대로 숨 막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제가 꽤 믿고 있습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봐두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보고 나서 멀미가 나더라도, 그건 이 영화가 제 할 일은 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mPXO6dgKts&t=2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