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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속편이 이 정도로 버거울 줄 몰랐습니다. 2001년 영화 친구로 느와르 장르에 입문한 사람으로서, 12년 만에 나온다는 소식에 전날 밤부터 설렘을 감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기대감이 컸던 만큼, 스크린 앞에서 느낀 감정이 복잡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속편의 저주, 전작의 그늘은 생각보다 깊었습니다
개봉날 가장 이른 조조 상영을 잡아 혼자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콜라와 팝콘, 오징어버터구이까지 챙겨 들고 자리에 앉았을 때만 해도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무언가 허전한 감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속편의 저주란 전작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후속작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객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전작이 만들어 놓은 벽이 너무 높아 속편이 그 위에 올라서기가 구조적으로 힘들다는 뜻입니다. 친구2는 이 속편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전작 친구(2001)는 국내 극장 관객 수 기준으로 당시 역대 1위를 기록했을 만큼 흥행 면에서도, 정서적 공감 면에서도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의 우정과 배신, 그 속에서 빚어지는 비극이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었기에 그 잔상이 12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죠.
친구2가 아쉬웠던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작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 인물의 배경과 동기, 즉 캐릭터 개연성이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 조직 간 세력 다툼이라는 구도가 새롭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이 부족했습니다
- 조연 배우들의 활용도가 그들의 가능성에 비해 낮았습니다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기서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인물의 변화와 갈등을 통해 시작부터 결말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뜻합니다. 친구2는 이 서사 구조 안에서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시키는 힘이 전작에 비해 약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사는 게 자랑도 아닌데, '나 건달이야'만 외치다 끝난 듯한 인상이 남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김우빈이라는 변수, 신선함과 어색함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빈 배우의 캐스팅은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요소였습니다. 원래도 팬이었던 터라 기대가 컸는데, 막상 영화에서 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장편 데뷔작(long-feature debut)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는데, 장편 데뷔작이란 단편이나 드라마가 아닌 극장 상영 목적의 장편 영화에 주연으로 처음 출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짱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느와르 장르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와도 잘 맞았습니다. 190cm에 가까운 긴 신체 비율과 낮고 묵직한 음성은 비주얼적으로 그야말로 찰떡이었습니다.
다만 이 지점이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습니다. 비주얼 퍼포먼스(visual performance)라는 측면, 즉 카메라 앞에서 외모와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능력에서 김우빈이 워낙 앞서 나가다 보니, 함께 출연한 기성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올드한 인상을 주게 된 것입니다. 이건 배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캐스팅과 연출 방향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느와르 장르 특성상 감독의 연출 의도와 배우의 퍼포먼스가 맞물려야 캐릭터가 살아납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KMDb). 그런 의미에서 김우빈이라는 변수는 친구2에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었지만, 동시에 전체적인 균형을 흔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불균형 속에서도 김우빈 배우의 팬이 된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느와르 팬이라면, 그래도 봐야 합니다
친구2를 두고 "전작보다 못하다"는 의견과 "그냥 별개의 작품으로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저는 솔직히 두 시각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느와르(noir)란 원래 프랑스어로 '어둠'을 뜻하는 말로, 영화 장르로서는 범죄, 배신, 도덕적 모호함을 어두운 미장센과 함께 담아내는 스타일을 가리킵니다. 한국 느와르는 여기에 의리, 혈연, 지연이라는 정서를 더해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왔습니다. 친구2는 그 계보 안에 있는 작품이고, 곽경택 감독이 12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느와르 팬들에게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의리로 보는 영화가 있고, 기대감 자체를 즐기는 영화가 있습니다. 친구2는 그 두 가지에 해당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작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보시길 권합니다. 그편이 오히려 더 즐길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 느와르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전작 친구부터 순서대로 보시는 것이 이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입니다.
친구2가 완벽한 속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우빈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한국 느와르에 각인시켰고, 곽경택 감독이 그 세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한 번쯤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