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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기까지 이런 희생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장사 해안에서 먼저 피를 흘린 학도병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현충일을 앞두고 다시 꺼내 보게 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 글은 2019년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실화 배경과 제가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장사상륙작전,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

    인천상륙작전 하면 맥아더 장군이 먼저 떠오르는 게 보통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작전의 성공을 뒤에서 받쳐준 또 다른 작전이 있었고, 거기에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동원됐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장사상륙작전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의 일환이었습니다. 성동격서란 동쪽에서 소리를 내며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전법으로,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인천 상륙이라는 핵심 작전을 숨기기 위해 경북 장사 해안에 대규모 상륙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위장한 것입니다. 북한군의 눈에 일부러 띄어야 했기 때문에 대낮에 행진하고 시민들의 환송까지 받으며 출발하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여기서 제가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위장 작전에는 정예 부대가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육군본부 작전 174호라는 극비 명령 하나로 700여 명의 제1유격대가 편성됐고, 대다수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학도병들이었습니다. 육군본부 작전 174호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전날을 목표로 작성된 장사 상륙 작전 정식 명령서로, 이 명령을 받은 지휘관조차 인천상륙작전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이명준 대위의 실제 인물인 이명흠 대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에게 이 작전은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명령이었지만, 육군본부의 지시였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이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명령의 전체 그림도 모르는 채 학생들을 이끌고 적진에 상륙해야 했던 그 심정이 어땠을까 싶어서요.

     

    전투 현장, 영화와 실제 기록 사이

    영화 중반부까지는 작전 수행 과정이 쉼 없이 전개돼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국뽕도 없고, 전쟁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성이었습니다. 러닝타임 104분이라는 짧은 분량도 몰입에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 장사 전투에서 학도병들은 T-34 전차를 보유한 북한군 정예 병력을 상대로 4일 넘게 버텼습니다. T-34 전차란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개발한 전차로, 6.25 전쟁 초기 북한군의 핵심 기갑 전력이었습니다. 당시 국군은 이 전차를 막을 대전차 화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도병들이 T-34를 상대해야 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또한 기상 악화로 함포 지원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밧줄을 직접 묶고 상륙을 시도하는 장면은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실제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부의 6.25 전쟁 사료에서도 장사 상륙 작전 당시 악천후로 인한 정상 상륙 불가 상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국가보훈부).

    영화에서 제가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습니다. 전쟁 영화 특유의 클리셰들, 예를 들어 최성필이 인민군으로 변한 사촌동생을 만나는 장면이나 기하륜과의 화해 장면은 솔직히 예상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감독이 두 명인 탓인지 영화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는 느낌도 있었고요. 반면 곽시양의 발성은 무게감 있는 군인 역할에 정말 잘 맞았고, 김성철의 기하륜 역도 인상 깊었습니다. 종군 기자 매기 역의 메간 폭스는 개인적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연기도 다소 어색했고, 화제성을 위한 캐스팅으로 보였습니다.

    장사 상륙 작전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적의 보급로 차단으로 낙동강 전선 북한군의 보급 약화에 기여
    • T-34 전차를 포함한 북한군 주요 전력을 장사 방면으로 분산 유도
    • 인천상륙작전 당일까지 북한군의 시선을 동쪽에 묶어두는 역할 수행
    • 4일 이상의 혈전으로 목표 기간 이상 버텨낸 전과 달성

    학도병 영화를 두 번째로 보며 든 생각

    저는 포화속으로도 봤고, 장사리가 학도병을 다룬 영화로는 두 번째였습니다. 포화속으로에서도 느꼈지만, 학도병 영화를 볼 때마다 뒤섞이는 감정이 있습니다. 고마움, 분함, 안타까움, 슬픔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 영화 평을 쓰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요.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는 게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 영화는 영웅서사나 승리의 쾌감을 중심에 놓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장사리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이기고 살아남은 이야기가 아니라, 죽어가면서도 버텨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무거웠습니다. 교복을 입고 총을 멘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영화 이전의 문제니까요.

    유엔한국참전용사 기념재단 자료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인원은 약 2만 7천여 명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습니다(출처: 유엔한국참전용사 기념재단).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납니다. 친구들과 책상에 마주앉아 있었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니까요.

    이런 영화들이 가끔 나오지 않으면 그 이름들은 정말 잊혀지고 맙니다. 현충일이 다가올 때마다 이런 작품 하나쯤은 다시 꺼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단순히 감동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싶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포화속으로와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두 영화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시대를 비추고 있어서, 함께 보면 더 많이 남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di4JwFUY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