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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월요일 오전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이 영화를 떠올렸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밀려드는 업무와 눈치 싸움 속에서, 공포 영화의 배경이 왜 하필 오피스인지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2015년 개봉한 홍원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오피스는, 평범한 직장인의 가족 살해 사건에서 시작해 회사 내부의 억압과 공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공포의 배경이 사무실인 이유

    이 영화가 독특한 건, 공포물의 배경 설정 자체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포 스릴러의 공간이라 하면 어두운 골목이나 폐건물, 외딴 산속 같은 곳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오피스는 우리가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 형광등이 켜진 회의실, 복사기 소리가 들리는 그 공간을 배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각은 낯선 공포가 아니라 익숙한 불쾌함이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섬뜩했습니다. 영화 속 김병국 과장이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장면은, 지하철 막차를 타고 늦게 귀가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자기 일처럼 느낄 법한 장면이었으니까요.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영화 연출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즉 배우의 위치, 조명, 세트, 의상 등을 통해 의미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합니다. 오피스는 이 미장센을 철저히 사무 환경에 녹여냈습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창백해지는 얼굴들, 칸막이로 나뉜 좁은 공간, CCTV 화면 속 텅 빈 복도. 이 모든 것이 공포의 언어로 작동합니다.

    오컬트와 빙의, 장르의 혼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오피스는 단순한 심리 스릴러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중반부로 갈수록 오컬트(occult) 요소가 개입되기 시작합니다. 오컬트란 초자연적이거나 신비로운 힘, 혹은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다루는 장르 코드를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인턴 이미례가 회칼을 손에 쥐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면, 홀린 듯 행동하는 장면들이 이 오컬트 서사를 구성합니다.

    이 지점에서 시각이 갈립니다. 오컬트 요소가 영화의 개연성을 약화시킨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오히려 빙의(憑依)라는 장치가 "직장 스트레스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은유로 기능한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가 인간의 판단력과 행동 패턴을 변형시킨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라 정서적 소진, 인격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세계보건기구(WHO)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입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물론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개연성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관람하면서 "이 선택이 왜 이렇게 연결되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한 장면이 몇 군데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컬트와 직장 현실을 결합한 시도 자체는 분명히 신선했습니다.

    직장 내 위계 폭력과 인턴의 비애

    오피스가 공포 영화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직장 내 갑질, 인턴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압박, 실적 앞에 개인이 짓눌리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김상규 부장이 팀원들을 탈탈 터는 장면, 새로운 인턴 신다미가 등장하자마자 기존 인턴 이미례가 존재감을 잃어가는 장면. 저는 이 부분에서 극 중 캐릭터가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인턴 제도가 가진 불안정한 구조, 즉 언제든 교체 가능한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경험은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의 복사본에 가깝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19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영화가 이 현실을 꽤 날카롭게 포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례가 홀로 눈물 흘리는 장면, 홍지선 대리가 "내가 죽으려고 일하는 건지 살려고 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터뜨리는 장면은 직장인 관객에게 단순한 픽션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피스 속 직장 스트레스의 핵심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과 압박과 실적 위주 문화가 개인을 극단으로 내몬다
    • 인턴이라는 불안정한 신분이 심리적 취약성을 극대화한다
    • 상사의 언어적 폭력과 책임 전가가 조직 내에서 일상화되어 있다
    • 회사 이미지 관리가 개인의 진실보다 우선시되는 구조가 존재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오피스는 국내 관객에게 그리 큰 반향을 얻지 못했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평단의 집중 조명 면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해외에서의 반응이 국내와 꽤 달랐다는 점입니다.

    이 현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한국 관객은 직장 생활의 현실을 너무 가까이서 살고 있어 오히려 이 영화를 오락으로 즐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장르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보면 개연성 문제가 국내 관객에게 더 날카롭게 지적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모두 어느 정도 맞다고 봅니다.

    해외 장르 영화 팬들에게는 일상 공간인 오피스를 공포의 무대로 삼은 설정 자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화권에 따라 직장 문화의 강도가 다르다 보니, 한국의 직장 내 위계와 과로 문화가 오히려 낯설고 충격적인 공포 코드로 작동했을 수 있습니다.

    고아성 배우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작품을 통해 성장 과정을 지켜봐온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내면이 무너져가는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꽤 밀도 높았습니다. 박성웅, 배성우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영화의 완성도를 받쳐주는 핵심 축이었습니다.

    오피스가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연성의 구멍이 몇 군데 있고, 오컬트 서사가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월요일 아침,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이게 뭔가" 싶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컬트나 공포를 즐기는 분이라면 한 번쯤 풀 버전으로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단, 번아웃이 심한 시기에는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Se7bE-NT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