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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딱히 볼 것 없어서 넷플릭스 훑다가 설경구 얼굴 보고 바로 클릭했습니다. 저는 박하사탕 때부터 설경구 배우를 쫓아다닌 팬이라, 신작이 나오면 고민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는 편입니다. 야차, 생각보다 초반은 꽤 빠르게 치고 들어옵니다. 문제는 중반 이후부터인데, 그 얘기를 차근차근 해보겠습니다.

    홍콩부터 선양까지, 야차의 세계관과 배경

    야차는 국정원 블랙팀(NIS 산하 비밀 공작 조직)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여기서 블랙팀이란 공식적으로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비밀 공작 요원들로 구성된 팀을 뜻합니다. 극 중 배경은 홍콩에서 시작해 중국 선양으로 이어지는데, 이 선양이라는 도시가 실제로도 동북아시아 첩보전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설정 자체는 꽤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지강인(설경구)이라는 블랙팀 지부장과 파견 검사 한지훈(박해수)의 조합을 중심축으로 돌아갑니다. 지훈은 원리원칙을 앞세우다 좌천된 검사고, 강인은 통제 불능에 가까운 야전 요원입니다. 이 두 사람이 선양에서 북한 노동당 39호실 관련 정보를 둘러싼 다국적 스파이 공작에 휘말리는 것이 큰 줄기입니다.

    조선노동당 39호실이란 북한 김씨 정권의 외화벌이와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실제로 국제 사회에서 여러 차례 제재 대상이 된 조직입니다. 이 설정이 영화에 들어오면서 북한, 중국, 일본, 그리고 정체불명의 제3세력이 얽히는 다층적인 공작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세계관 자체는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막연하게 "스파이 영화"가 아니라 실제 동북아 지정학(geopolitics)을 배경에 깔았다는 점에서요. 여기서 지정학이란 지리적 환경이 국가 간 정치·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개념입니다.

    액션 시퀀스의 완성도와 후반부의 한계

    제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느낀 건,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이 꽤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초반 홍콩 추격전부터 선양 현지 공안과의 총격전까지는 꽤 손에 땀을 쥐는 편입니다. 특히 좁은 통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총격 시퀀스나, 두 명이 한 조(2인 1조 전술 기동)로 전진하는 장면들은 구성 자체가 탄탄하다고 느꼈습니다.

    2인 1조 전술 기동이란 요원 두 명이 서로 엄호하며 위험 구역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실제 특수부대에서 사용하는 전술 교리(tactical doctrine)에 기반한 연출입니다. 이런 장면들이 초중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영화가 순수한 액션 어드벤처로 밀고 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줍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액션보다 스파이 공작의 음모와 배신 구도, 이른바 멕시칸 스탠드오프(Mexican standoff) 연출이 반복됩니다. 멕시칸 스탠드오프란 서로가 서로를 겨냥한 채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못하는 대치 상황을 말하는데,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는 클리셰(cliché)로 자주 쓰입니다. 문제는 야차가 이 구도를 너무 자주, 너무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반부에서 쌓아 올린 신뢰감이 후반부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이랄까요.

    VFX(시각 특수 효과, Visual Effects)와 프랙티컬 이펙트(physical/practical effects, 실제 폭발이나 물리적 장치로 찍는 촬영 방식)의 질감 차이가 눈에 확 밟히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조명에 공을 많이 들인 영화인데,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CG 합성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질감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오히려 네온 조명을 배경으로 배우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 더 인상 깊게 남았을 정도입니다.

    야차에서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 대신 음모·배신 구도에 의존하면서 장르 정체성이 흔들림
    • 멕시칸 스탠드오프 스타일의 대치 장면이 반복되어 긴장감이 희석됨
    • VFX와 프랙티컬 이펙트 간 화질·질감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짐
    • 캐릭터 간 관계보다 설정 설명에 러닝타임을 과하게 쓰는 구간이 존재함

    설경구라는 배우가 야차에서 해낸 것

    제 경험상 설경구 배우는 어떤 장르에서도 자기만의 밀도를 만들어내는 배우입니다. 박하사탕의 처절함, 공공의적의 거친 활기, 광복절 특사의 묘한 코믹함까지, 저는 어린 시절부터 그 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예전보다 분명히 쉽지 않을 텐데도 액션을 몸으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배우가 여전히 현역에서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야차에서 설경구가 연기하는 지강인은 '야차(夜叉)'라는 별명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야차란 원래 불교 설화에서 등장하는 사납고 추악한 귀신을 뜻하는 말인데, 극 중에서는 통제 불능의 현장 지휘관을 상징하는 호칭으로 쓰입니다. 이 캐릭터가 OTT 시리즈가 아닌 단편 영화 한 편으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확장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Netflix Original Content)는 극장 개봉 없이 스트리밍으로만 공개되는 제작 방식입니다. 여기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비를 투자하거나 독점 배급권을 가진 콘텐츠를 말합니다. 이 방식이 한국 영화 제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OTT 플랫폼을 통한 한국 영상 콘텐츠의 해외 수출액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2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흐름 속에서 야차 같은 작품은 극장보다 OTT라는 공간이 더 어울리는 완성도를 가진 동시에, 그 한계를 솔직히 드러내기도 합니다.

    배우 한 명의 힘이 작품 전체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야차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는 아쉬운 구석이 분명 있지만, 설경구라는 배우가 지강인이라는 캐릭터를 입고 있는 동안만큼은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넷플릭스를 켜두고 뭔가 볼 것을 찾고 있다면, 야차는 충분히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단, 극장에서 돈을 내고 봤다면 후반부 전개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을 것도 사실입니다. 설경구 배우의 팬이라면 이미 보셨겠지만,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지강인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재생 버튼을 누를 이유는 충분합니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기꺼이 다시 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N7cJ6Sd07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