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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평점 8.49, 그런데 관객수는 고작 38만 명. 이 두 숫자 사이에 뭔가 억울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017년 개봉 당시 이 영화를 그냥 지나쳤다가 최근에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첫 장면부터 끝까지 손을 못 놨습니다. 영화 <보통사람>은 단순한 범죄물이 아닙니다. 권력이 한 평범한 가장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정밀하게 해부한 작품입니다.

    작품성 — 평점 8점대가 증명하는 것

    영화 <보통사람>은 2017년 김봉한 감독이 연출하고, 손현주·장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흥행은 저조했지만, 손현주 배우는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흥행 성적과 작품성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혁 하면 특유의 절권도 액션 이미지가 강한데, 이 작품에서는 안기부 실장 이규남 역을 맡아 냉혹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액션이 아닌 눈빛 연기로 화면을 장악하는 장혁은 확실히 또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라미란 배우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제가 라미란 배우의 팬인데, 평소 동네 아줌마 같은 친근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이 영화에서 보게 됐습니다. 연기 스펙트럼이 이렇게 넓은 배우였구나, 하는 걸 이 작품 보고 다시 실감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1987년 시대 고증도 꼼꼼합니다. 미장센(mise-en-scène) — 장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인 소품, 의상, 조명 등이 특정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적 기법 — 을 통해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공기를 세밀하게 재현합니다. 낡은 경찰서 내부, 형광등 불빛, 낡은 플라스틱 전화기 같은 디테일이 관객을 그 시대로 데려갑니다.

    • 손현주 —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 장혁 — 안기부 실장 이규남 역, 카리스마 연기
    • 라미란 —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결의 연기
    • 네이버 관람객 평점 8.49 / 관객수 38만 명
    요약: 흥행은 실패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시대 재현력만큼은 평점 8점대가 충분히 납득되는 수준입니다.

     

    안기부와 공작 수사 —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라는 실존 기관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안기부는 1961년 창설된 국가 정보기관으로, 당시 수사·감청·구금 권한을 광범위하게 행사하며 민간인 사찰과 고문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기관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권력이 어떻게 말단 형사 한 명을 장기판의 졸로 사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안기부 실장 이규남은 형사 성진에게 접근해 김태성이라는 인물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공작 수사(工作搜査)입니다. 공작 수사란 수사 기관이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증거·목격자 진술·몽타주를 역방향으로 짜맞추는 수사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범인'을 만들어 내는 구조입니다.

    성진은 처음엔 저항합니다. 그런데 말 못하는 아내와 다리를 저는 아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2층 집에서 사는 소박한 꿈이 그를 무너뜨립니다. 이규남이 건네는 거액의 돈다발 앞에서 성진의 양심은 조금씩 협상을 시작합니다. 이 장면이 제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입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남아 있었습니다.

    영화는 국가 권력에 의한 허위 자백 강요, 즉 가혹 행위(torture)를 통해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받아내는 장면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허위 자백 강요란 물리적·심리적 압박을 통해 사실과 다른 자백을 받아내는 행위로, 당시 인권 침해의 핵심 수단 중 하나였습니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시기 수사 기관의 인권 침해 사례를 다수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약: 공작 수사의 구조와 안기부의 권력 남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실제 역사의 작동 방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조작 모티브 — 김대두 사건과의 거리

    영화 <보통사람>은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불리는 김대두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김대두는 1975년 전국을 돌며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돼 1976년 사형이 집행된 인물입니다. 실제 사건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기에 발생했지만, 영화는 배경을 1987년으로 옮기고 내용을 전면 재창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김대두 사건 자체를 재현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 피해자와 수사 경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연쇄살인범 사건을 빌미 삼아 권력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조작하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 선택이 영화의 핵심 주제 의식을 만들어 냅니다.

    모티프(motif) — 여기서 모티프란 작품이 직접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씨앗으로 삼는 소재나 사건을 뜻합니다 — 로서의 김대두 사건은 "실제로 저런 일이 있었을 수 있다"는 묵직한 개연성을 제공합니다. 관객이 이 이야기를 단순한 픽션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실화 기반 창작물'은 팩트와 픽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실제 사건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이건 그 시대 전체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달합니다. 독재 시대의 국가 폭력이라는 키워드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였음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는 출처: 국가기록원의 1980년대 공안 사건 관련 기록이 참고가 됩니다. 영화 속 장면들이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를 보면 섬뜩해지기도 합니다.

    요약: 김대두 사건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이고, 영화가 실제로 겨냥하는 것은 그 시대 권력이 작동하던 방식 자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보통사람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현재 티빙, 왓챠,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 플랫폼 모두 서비스 중이니 이미 구독 중인 곳에서 바로 찾아보시면 됩니다. 구독 없이 보고 싶다면 VOD 구매도 가능합니다.

     

    Q. 실화 기반인가요, 완전한 픽션인가요?

    A. 연쇄살인범 김대두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전면 재창작한 허구입니다. 배경도 실제 사건의 1970년대에서 1987년으로 변경했고,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 역시 창작입니다. 실화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 권력 구조를 비틀어 만든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Q.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해피엔딩인가요?

    A. 스포일러를 피해 말씀드리면, 개인적으로 나름 해피엔딩으로 느껴졌습니다. 성진이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도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암울한 시대극이지만 끝이 불쾌하지 않아서 기분 좋게 볼 수 있었습니다.

     

    Q. 왜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나요?

    A. 2017년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시기였습니다. 오히려 그런 시기에 안기부와 국가 권력을 직접 건드리는 소재가 대중 흥행으로 이어지기에는 피로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품성과 흥행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영화가 잘 보여줍니다.

     

    결론

    정리하면, 영화 <보통사람>은 38만 관객이라는 숫자가 억울할 만한 작품입니다. 공작 수사, 허위 자백 강요, 국가 권력 남용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손현주·장혁·라미란이라는 탄탄한 배우들이 온몸으로 살려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게 좋은 영화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영화라서, 안기부 이야기라서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는 1987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티빙, 왓챠, 넷플릭스 어디서든 찾을 수 있으니, 아직 안 보셨다면 한 번쯤 시간 내서 보실 만한 영화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33MOQ8qtc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