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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2는 개봉 첫날 바로 달려가서 봤습니다. 1편이 1,341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급 흥행작이었으니 기대치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면서 든 감정이 묘하게 찝찝했습니다. 분명 재미는 있었는데, 뭔가 한 방이 빠진 기분. 그 이유를 며칠 곱씹어봤습니다.

    속편의 저주, 베테랑2가 피하지 못한 것

    일반적으로 성공한 속편은 전작의 세계관을 확장하면서도 독립적인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는 베테랑2가 그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한 것 같았습니다.

    서도철 팀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2계 2팀으로 이동하고 사무실도 훨씬 좋아졌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편 이후 약 8~9년이 흘렀다는 시간 흐름도 자연스럽게 처리됐고요. 1편의 테마곡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향수를 자극하는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연결 장치들이 전작에 기대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속편 제작에서 흔히 말하는 세계관 확장(Expanded Universe)이란 기존 캐릭터와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긴장감으로 관객을 끌어당겨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전작을 안 봐도 이 영화만으로 충분히 몰입이 가능해야 한다는 뜻인데, 베테랑2는 그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속편 영화는 전작 대비 평균 관객 수가 약 15~30%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베테랑2 역시 10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는데, 이 수치가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빌런의 포스가 흥행을 가른다

    제가 베테랑2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빌런의 무게감입니다.

    빌런 서사(Villain Narrative)란 악인 캐릭터가 관객에게 공포, 혐오, 혹은 묘한 공감까지 불러일으키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1편의 조태오가 그토록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단순히 나쁜 놈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재벌 2세라는 현실적 배경 위에 비열함과 광기가 정확히 얹혔기 때문이었죠.

    정해인 배우가 맡은 이번 빌런은 눈빛과 신체적 퍼포먼스 면에서 분명히 잘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드라마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저렇게 차갑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 설계 자체에 있었습니다. 왜 저 사람이 살인마가 됐는지, 그 명분과 내면의 논리가 영화 안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비질란테(Vigilante)란 법 집행 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범죄자를 처단하는 행위 또는 그런 인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영화 속 '해치'라는 존재가 이 비질란테의 전형인데, 사회적 메시지로서는 분명히 호소력이 있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범죄자가 똑같은 방식으로 죽어가는 설정은 현실 사법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 제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메시지가 빌런의 광기나 살기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 채 따로 놀았습니다.

    서사구조의 난잡함이 집중을 방해한다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느낀 건 "지금 뭘 쫓고 있는 거지?"라는 혼란이었습니다.

    서사구조(Narrative Structure)란 이야기가 갈등을 설정하고 해소해나가는 방식으로, 관객이 어디에 감정을 투자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뼈대 역할을 합니다. 1편은 이 구조가 단단했습니다. 조태오라는 명확한 악인을 처음부터 공표하고, 그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일직선으로 긴장감을 높였죠. 관객이 에너지를 분산할 틈이 없었습니다.

    반면 베테랑2는 인터넷 방송 BJ, 스마트폰 중계, 여론 몰이, 사적 제재, 연쇄 살인, 아들 납치, 전직 형사의 등장까지 소재가 한 영화 안에서 너무 많이 경쟁합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인터넷 방송이나 스마트폰 1인칭 시점을 소재로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소재는 영화적 문법으로 소화하기가 아직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베테랑2도 그 어색함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베테랑2에서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질란테 해치 서사와 전서구 신변보호 서사가 충분히 연결되지 않아 몰입이 끊김
    • 아들 납치와 아내의 갑작스러운 개입이 개연성 측면에서 설명 부족
    •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 1편에 비해 현저히 축소되어 팀플레이의 재미가 반감됨
    • 코믹 시퀀스의 비중이 다크한 분위기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

    영화 비평 전문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장르 혼합 영화에서 코미디와 스릴러의 비율이 균형을 잃으면 관객의 정서적 몰입도가 평균 3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액션 연출, 류승완의 기준으로 보면

    류승완 감독이라는 이름 앞에서 관객의 기대치는 자동으로 높아집니다. 짝패, 베를린, 주먹이 운다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준 액션은 단순한 격투가 아니었습니다. 배우의 몸 자체가 무기가 되어 아픔이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는 수준이었죠.

    이번 베테랑2도 황정민 특유의 한국식 육탄 액션과 정해인의 이종격투기(MMA, Mixed Martial Arts) 스타일이 나름의 대비를 이뤘습니다. MMA란 타격기와 그래플링을 모두 허용하는 종합 격투 방식으로, 스크린 위에서는 빠르고 실용적인 동선으로 표현됩니다. 정해인의 동선은 분명히 깔끔했고, 제가 직접 봤을 때 기대 이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액션 시퀀스를 돌이켜보면 기억에 뚜렷이 남는 장면이 의외로 적습니다. 남산 파쿠르 추격 장면이 그나마 신선했는데, 파쿠르(Parkour)란 도시 구조물을 장애물 없이 연속으로 넘나드는 이동 방식으로 영화 액션에서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데 자주 활용됩니다. 그러나 이 장면조차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짧게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감독 본인의 필모그래피가 기준이 되어버린 탓에 "류승완치고는 아쉽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베테랑2는 메시지의 의도는 분명하고 배우들의 열연도 충분했지만 서사 구조와 빌런 설계라는 두 축이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진 영화입니다. 1편이 밀크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명쾌했다면, 2편은 다크 초콜릿을 지향했지만 카카오 함량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베테랑3 제작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만큼, 이번 아쉬움이 다음 편에서는 오히려 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리즈가 이어지는 한 기대를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LLAmOvuD1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