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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엄태웅 복귀작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고, 포스터만 봤을 땐 그냥 무난한 감동 드라마겠거니 싶었거든요. 그런데 관람평이 하나같이 "따뜻하다"는 말뿐이길래, 결국 궁금증을 못 이기고 영화관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틀렸습니다.
엄태웅 복귀작, 기대와 우려 사이
이 영화를 두고 "엄태웅이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도 있고, "왜 하필 초등학교 감동물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후자 쪽이었습니다. 대치동 1타 강사 출신이 기간제 담임이 된다는 설정이 과하게 작위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설정이 영화의 핵심 장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주인공 김영남은 과거에 "딱 한 명만 서울대 보내면 된다"고 외치던 사람입니다. 서울대 진학률, 이른바 명문대 입시 실적(입시 성과 지표)을 유일한 교육 목표로 삼던 인물이 강남 사립 초등학교 4학년 3반을 맡으면서 변해가는 구조죠. 여기서 입시 성과 지표란 학원이나 학교가 학생의 명문대 합격 수를 통해 교육 품질을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게 얼마나 협소한 잣대인지를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꼬집습니다.
이정철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이 방향성이 낯설지 않습니다. 감독 특유의 따뜻하되 현실 감각을 잃지 않는 연출이 이번에도 살아 있었고, 저는 그 점에서 첫 장면부터 안심했습니다. 다만 엄태웅 배우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영화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역배우들이 만든 진짜 감동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아역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솔직히 아역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과장된 표정 연기나 어른이 시킨 듯한 대사 전달이 오히려 몰입을 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영화관 안에서 여러 차례 웃음이 터졌는데, 그게 다 아역배우들이 만들어낸 장면들이었습니다.
준수, 기운이, 은비, 창일이 역을 맡은 배우들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층 간 갈등(사회경제적 배경 차이로 인해 집단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과 대립)을 아이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절묘했습니다. "임대 새끼들"이라는 단어가 초등학생 입에서 나오는 순간, 영화관이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웃음이 아니라 서늘함 때문에요. 그 대사 한 줄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제가 특히 좋아한 장면은 임시 회장을 뽑는 종이비행기 실험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비행물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UFO 모양을 만든 준수의 선택은, 교육 현장에서 흔히 간과되는 창의적 사고력(정해진 답 밖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 얼마나 귀한지를 유쾌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아역배우가 전달한 진지함은 전혀 꾸민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준수: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둘이 사는 아이. 임대 아파트 출신이지만 어른스러운 배려심을 가진 캐릭터
- 창일: 민영 아파트의 엄친아. 카리스마와 날카로움 뒤에 감춰진 아이다움이 있는 캐릭터
- 기운이: 선생님을 향해 뛰어와 포옹하는 장면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열어버린 캐릭터
- 은비: 갈등 상황의 중심에 서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캐릭터
계층갈등을 다루는 영화의 방식
이 영화가 계층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두고 "너무 낙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의견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중반부까지는 그런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민영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의 담벼락,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서 그 담벼락이 그대로 재현되는 구조는 분명히 현실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는 서사가 조금 급하게 처리됐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아파트 단지별 사회경제적 분리(주거 유형에 따라 거주민 간 교류가 단절되는 현상)는 학술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되는 사안입니다. 출처: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물리적 혼합 배치만으로는 주민 간 사회적 통합이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영화 속 "한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담벼락이 상징하는 것도 정확히 이 지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남 선생님이 담임직을 잃는 결말로 향하는 흐름은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봤습니다. 따뜻한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시스템이 개인의 선한 의지를 얼마나 쉽게 꺾어버리는지, 그 씁쓸함을 영화는 학부모 회장 캐릭터를 통해 꽤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기간제 선생님이어도 이 학기는 마칠 수 있겠죠"라는 대사 한 줄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숙제라는 장치가 전하는 것
영화 제목인 '마지막 숙제'는 단순히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내는 과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장치가 영화에서 가장 잘 설계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계란을 식초에 담가 껍데기를 녹이는 실험, 아침마다 선생님과 악수하거나 포옹하는 인사 숙제,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해야 하는 세 번째 숙제까지. 각각의 숙제는 아이들에게 성찰과 관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기서 성찰적 교육 설계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아이 스스로 자신과 타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교육 방식을 뜻합니다.
제가 계란 실험 장면에서 특히 좋았던 건, 각자가 고른 색상의 의미를 설명하는 영남의 대사였습니다. "내 색깔을 간직해야 세상이 아름다운 무지개색이 된다"는 말은 자칫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영화 맥락 안에서는 꽤 자연스럽게 전달됐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색상을 고르며 잠시 멈추는 그 장면의 침묵이 오히려 대사보다 더 많은 걸 말해줬습니다.
부모님과 해야 하는 세 번째 숙제를 "아빠가 지방에 일하러 가서 혼자예요"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준수의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그 장면에서 아역배우의 표정 연기는 어떠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한국 아동 서사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이었고, 교육적 관계 형성(교사와 학생 간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 기준으로도 이 영화는 2025년 가족·드라마 장르에서 관람평 만족도가 높은 작품으로 집계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마지막 숙제, 아이들이 보기에도 괜찮나요?
A. 초등 중학년 이상이라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계층 갈등이나 편견 같은 무거운 소재가 담겨 있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와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소재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Q. 엄태웅 복귀작으로서 연기는 어떤가요?
A.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각이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이미지와 분리해서 보면 기간제 담임이라는 캐릭터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고 봅니다. 다만 대중이 그 분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 영화 자체보다 배우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영화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영남은 결국 담임직을 잃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숙제와 그 여운이 결말을 무겁지 않게 마무리합니다. "따뜻한 여운이 있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Q. 드라마 참교육이랑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A. 소재 면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부모의 진상 행동, 계층에 따른 교실 내 갈등 같은 요소는 참교육과 공명하는 지점입니다. 다만 분위기는 꽤 다릅니다. 참교육이 날카롭고 직접적이라면, 마지막 숙제는 훨씬 부드럽고 서정적인 방향을 선택합니다.
결론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아역배우들이었습니다. 아빠 미소가 절로 나온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아이들의 에너지와 표정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습니다. 갈등이 한 번에 해소되는 서사 구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보다 영화가 남긴 온도가 더 오래 지속됐습니다.
삭막한 입시 경쟁과 계층 갈등이라는 현실 속에서, 잠깐이라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무언가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이 영화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역배우들이 보고 싶다, 귀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혹은 그냥 영화관에서 조용히 마음을 풀고 싶다는 분들께 저는 망설임 없이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