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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석 배우의 팬이 되고 나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파고들다 보면 꽤 낯선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이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완전히 지나쳤고, 팬심으로 찾아보다가 뒤늦게 발견한 작품입니다. 보기 전에 리뷰를 살펴봤는데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눌렀습니다.

    팬심으로 찾아낸 작품, 그 배경과 맥락

    이 영화는 과거 복싱 챔피언 출신의 코치가 편파 판정에 항의하다 협회에서 제명된 뒤 지방 학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란 정규직이 아닌 계약 기반으로 채용된 교원을 말하는데, 학교 내에서 발언권이 약하고 고용 불안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소극적 태도가 어느 정도 설명됩니다. 처음부터 사명감 넘치는 영웅이 아니라, 사고 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눈치 보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출발점입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이 작품이 단순한 액션 영화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구조적 부패를 꽤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군수 선거, 이사장, 조폭, 경찰이 하나의 카르텔처럼 얽혀 있고, 그 안에서 여고생 실종 사건은 그냥 묻혀버릴 뻔합니다.

    영화 속 핵심 갈등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편파 판정으로 제명된 전직 챔피언의 억울함
    • 실종된 여고생 수연, 그리고 홀로 친구를 찾아다니는 유진
    • 군수 선거를 앞두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사장과 공권력의 유착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 통계에 따르면 지역 사회를 배경으로 한 범죄 스릴러 장르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공권력 부패와 사회적 약자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놓인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뻔하다는 평, 그런데 메시지는 뻔하지 않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혹평이 아예 근거 없는 건 아닙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 대략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관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 쉽게 말해 억눌린 감정이 극적인 장면을 통해 한꺼번에 해소되는 감정적 정화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고, 악인은 결국 응징당한다는 서사 구조는 이 영화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뻔함 자체가 반드시 결점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 뻔한 구조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현실을 담아냈느냐입니다.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할 말이 있습니다.

    영화 속 오 형사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종 신고를 접수조차 안 하고, 납치 미수 사건을 대충 넘기고, 술 냄새를 풍기며 등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청소년 실종 신고 처리 과정에서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친족 동의서 제도란 실종 신고 접수 시 피해자의 가족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절차를 말하는데,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신고 자체가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영화는 이 허점을 꽤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실종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실종 신고 건수는 매년 수만 건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는 단순 가출로 분류되어 적극적인 수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출처: 여성가족부). 영화 속 경찰이 "단순 가출 건이 많다"며 넘기는 장면은 그냥 악인 설정이 아니라 이 통계가 반영된 장면으로 읽힙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이 부분만큼은 영화가 꽤 정직하게 현실을 건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분노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동석은 마동석 하고, 영화는 그게 전부인가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든 솔직한 감상은 이렇습니다. 마동석 배우는 이 작품에서도 익숙한 마동석을 합니다. 불같은 성격, 몸으로 먼저 나가는 해결 방식, 약자 편에 서는 본능적 정의감. 이 조합이 싫지 않은 분이라면 무난하게 볼 수 있고, 이미 질린 분이라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상 밖이라고 느낀 건 따로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김새론 배우가 등장합니다. 영화 '아저씨'에서 기억에 남았던 바로 그 배우입니다. 씩씩하고 포기하지 않는 유진 역할로 나오는데, 보기가 좋았습니다. 동시에 안타깝다는 감정이 겹쳐서 영화 내내 좀 복잡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건의 배치와 인과 관계의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는 다소 불균형합니다. 전반부의 설정에 비해 후반부 해소가 너무 급격하고, 카르텔 구조의 붕괴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처리됩니다. 이 점은 비판론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고, 저도 동의합니다.

    장르적 관습(genre conven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장르 영화가 관객과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약속된 서사 패턴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관습 안에 너무 안전하게 머물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매번 비슷한 장르에 머문다는 점에서 변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든 게 아닙니다.

    결국 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개인 취향과 기대치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동석 팬이라면 팬심으로 한 번 볼 수 있고, 킬링타임용 스릴러를 원한다면 그 용도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깊이 파고드는 영화를 기대하셨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보여주려 한 것들, 즉 무관심한 어른들, 부패한 권력, 묻히는 약자의 목소리는 충분히 주목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 좀 더 단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dovBJ2hV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