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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찜통더위가 계속될 때, 에어컨 빵빵한 방에 콜라 한 캔 따고 범죄 액션 영화 하나 틀어놓는 것만큼 확실한 여름 처방이 있을까요. 저도 딱 그 심정으로 영화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을 틀었습니다. 느와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데다 박성웅 배우가 주연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됐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느와르 장르, 어디까지 기대했나
느와르(noir)란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에서 출발한 장르 용어입니다. 여기서 느와르란 도덕적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배신을 그리는 어두운 범죄 장르를 의미합니다. 범죄자와 경찰, 배신과 의리가 뒤엉키는 이 구조가 저는 정말 좋거든요. 한국 느와르 영화는 거의 다 챙겨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이 영화도 딱 그 틀 안에 있습니다. 불법 사설 도박장에서 권투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8년의 징역을 살다 나온 주인공 송우철, 그를 다시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절친 장도식, 마약과 돈을 둘러싼 조선족 조직과 부패 형사까지. 구성 요소만 보면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교과서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재료는 좋은데 요리를 못 했다는 거였습니다. 마약 밀수를 둘러싼 조직 간의 배신극이라는 이른바 멀티 빌런 구조, 쉽게 말해 여러 적대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방식인데, 이게 정리가 안 되고 계속 산만하게 튀어 올랐습니다. 편집 구성이 특히 아쉬웠어요.
그래도 한 가지는 인정합니다. 박성웅 배우가 그려내는 송우철이라는 캐릭터, 조용히 살고 싶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야수적인 면모는 제가 직접 보면서도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 장르: 한국형 정통 느와르 범죄 액션
- 감독: 김봉한
- 주연: 박성웅, 오대환, 오달수, 서지혜, 주석태
- 주요 소재: 마약 밀수, 불법 도박, 조직 간 배신
박성웅 없었으면 진짜 폭망했을 영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박성웅, 오대환, 오달수. 이 세 배우를 한 화면에 모아놓으면 웬만하면 작품이 굴러가는 법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오달수는 제가 기대했던 특유의 한 방 임팩트가 없었고, 오대환은 장도식 역할로 나름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그 역시 늘 보던 범위 안이었습니다.
그러다 눈에 확 들어온 배우가 두 명 있었습니다. 봄이 역의 서지혜와 마약에 찌든 형사 정곤 역의 주석태였습니다. 서지혜는 영화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이는데, 감정선을 꽤 섬세하게 처리했습니다. 특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석태는 반대로 완전한 인간 말종의 연기를 아주 충실하게 구현했습니다. 찾아보니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을 꾸준히 해온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존재감을 남겼습니다.
반대로 캐릭터 자체의 설계가 아쉬웠던 건 정곤 역의 구조입니다. 부패 형사가 마약 중독자이기도 하다는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영화 내내 너무 공공연하게 마약을 하는데 경찰 조직 안에서 한 번도 걸리지 않는다는 건 아무리 픽션이라도 개연성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느와르 장르는 캐릭터의 결함이 설득력을 가질 때 훨씬 강렬해지는데, 이 부분에서 그 설득력이 무너졌습니다.
한국 느와르 영화 평균 관객 반응을 보면, 배우 연기력이 작품 완성도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관객 조사에서도 꾸준히 확인되는 경향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는 그 역할을 고스란히 박성웅 혼자 떠안은 느낌이었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그 이상을 바라면 실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들었던 감정은 아쉬움이었습니다. 화가 나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어요. 킬링타임, 즉 특별한 목적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소비라는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는 그 역할은 충분히 합니다.
액션 신은 솔직히 볼 만한 장면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특히 송우철이 조선족 일당을 상대하는 시퀀스나 전직 복서 특유의 카운터 펀치 장면은 꽤 짜임새 있게 편집됐습니다. 문제는 그 액션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액션을 위한 액션처럼 삽입되는 경우가 많아, 보는 동안 맥락이 끊기는 느낌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각본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스크린라이팅(screenwriting), 즉 영화 각본 작업에서 인물의 동기와 사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느냐가 느와르 장르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여기서 스크린라이팅이란 단순히 대사를 쓰는 게 아니라,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의 선택 이유와 사건의 연결 고리를 설계하는 작업 전체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부분이 느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사채소년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제 경우엔 사채소년 쪽이 그나마 이야기 흐름은 더 나았다고 느꼈습니다. 국내 느와르 장르 팬이라면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되고, 처음 느와르를 접하는 분이라면 이 작품보다 다른 작품부터 시작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국내 영화 장르별 작품 흐름은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 볼 만한 영화인가요?
A.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박성웅의 액션 연기와 신선한 조연진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 개연성과 편집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작품성보다는 킬링타임을 목적으로 보는 편이 후회가 없습니다.
Q. 서지혜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서지혜는 봄이라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죽은 권투 선수의 전 여자친구로, 주인공 송우철과 얽히게 되는 핵심 인물입니다.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첫 번째로 보이는데, 감정 연기가 꽤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Q. 한국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맞을까요?
A. 느와르 장르 팬이라면 소재와 분위기는 익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다만 장르 팬일수록 각본의 허점이 더 잘 보일 수 있습니다. 느와르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다른 완성도 높은 작품을 먼저 보고 이 영화를 나중에 보는 순서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Q. 영화에 폭력적인 장면이 많나요?
A. 범죄 액션 느와르 장르답게 폭력 장면이 꽤 등장합니다. 격투 장면 외에도 칼부림, 조직 간 충돌 등이 직접적으로 묘사됩니다. 자극적인 장면에 민감한 분이라면 감안하고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결론
영화 <더 와일드: 야수들의 전쟁>은 느와르를 좋아하는 저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재료는 충분했습니다. 박성웅이라는 배우, 느와르 특유의 배신과 의리 구조, 조선족 조직과 마약이라는 소재까지. 그런데 이걸 엮는 각본과 편집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시간 낭비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켜고 머리 비우고 보는 킬링타임용으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합니다. 느와르 장르에 진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영화보다 완성도 높은 다른 한국 느와르 작품을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