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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런 소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이거 헐리우드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출연진 면면을 확인하고 나서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밤에 치킨 한 마리 시켜 놓고 봤는데, 끝까지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기대와 현실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영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출연진만으로도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 영화
일반적으로 앙상블 캐스팅(Ensemble Casting)이 많으면 오히려 각 캐릭터가 희석된다고들 합니다. 여기서 앙상블 캐스팅이란 주연급 배우 여러 명이 동등한 비중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을 말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진선규, 공명, 김지석, 윤경호, 이다희, 전소민까지 이름만 나열해도 이미 보고 싶어지는 라인업인데, 각자 맡은 포지션이 겹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살아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다희 배우를 런닝맨에서 먼저 봤습니다. 예능에서 보여준 그 인간미 넘치는 모습 때문에 완전 팬이 됐고, 이후로 이다희 배우가 나온 작품들은 거의 다 챙겨봤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볼 마음이 정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진선규와 공명의 조합은 영화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기록된 흥행작 〈극한직업〉에서 이미 한 번 검증된 케미였습니다. 이미 한 번 작업을 같이 해본 두 배우의 호흡은 역시나 달랐습니다. 처음 만난 배우들끼리 만들어내는 어색한 박자감이 없고, 티키타카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보는 쪽에서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전 남편 형사와 다정하고 어린 현 남편 수의사라는 극과 극 캐릭터 대비를, 두 배우가 본인 스타일대로 소화하면서 설정 자체의 어색함을 완전히 지워버린 느낌이었습니다.
- 진선규: 빠른 호흡의 근접 액션, 거칠고 직선적인 캐릭터
- 공명: 드리프트를 활용한 자동차 액션, 다정하고 유연한 캐릭터
- 김지석: 신종 마약 유통을 주도하는 메인 빌런 마도준 역
- 윤경호: 인천을 주름잡던 전직 보스 김용강 역, 특유의 병맛 존재감 발휘
- 이다희: 마도준의 아내 해란 역, 납치 조직의 실질적인 두뇌
코미디 영화라더니 액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감독이 〈육사오〉를 만든 분이라는 걸 알고 나서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은 코미디 위주에 액션은 곁들이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영화의 액션 비중을 너무 얕게 본 것입니다. 초반부터 본격적인 액션 시퀀스(Action Sequence)가 연달아 펼쳐졌습니다. 여기서 액션 시퀀스란 전투, 추격, 충돌 등 액션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편집 단위를 말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진선규의 근접전은 진짜 본격 액션 영화에서 봐도 어색하지 않을 퀄리티였고, 공명의 자동차 드리프트 장면은 좁은 골목 추격전과 맞물려서 꽤 긴장감 있게 연출됐습니다. 납치(Kidnapping) 서사, 즉 인질이 잡히고 이를 구출하는 과정을 중심 축으로 두면서도 무게감을 일부러 걷어냈고, 그 자리를 끊임없이 이어지는 액션으로 채운 구조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영화의 첫인상이 그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납치 사건이 터지기 전, 도입부 시퀀스가 꽤 길게 느껴졌고 그 구간에서 솔직히 재미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못 볼 뻔했다는 게 과장이 아닙니다. 그래도 감독을 믿고 버텼는데, 신종 마약 유통 플롯이 본격화되고 인질 협박 전화가 오는 시점부터 영화가 확 살아났습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소재 중 하나가 AI GPU(Graphics Processing Unit)입니다. GPU란 원래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인데, 현재는 AI 연산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고가의 자산을 의미합니다. 극 중 '나비'라고 불리는 이 AI 프로그램의 가치가 1천억 원 규모로 설정돼 있는데, 실제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꽤 현실감 있는 설정으로 다가왔습니다.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5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이 영화의 맥거핀(MacGuffin), 즉 인물들이 서로 차지하려는 핵심 물건의 설정이 단순한 억지 설정이 아니라 시대 흐름을 읽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클리셰(Cliché)를 깨는 기발한 반전까지는 없었습니다. 클리셰란 장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예측 가능한 공식을 말합니다. 전형적인 악당 구도, 납치 후 구출이라는 흐름, 빌런의 최후까지 대부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육사오에서 봤던 그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반전'을 기대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편 둘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극장 개봉 이후 넷플릭스 공개로 이어진 케이스이니 별도 구매 없이 구독 계정만 있으면 바로 시청 가능합니다.
Q. 코미디 영화인가요, 액션 영화인가요?
A. 일반적으로 코미디 영화로 소개되지만, 제 경험상 액션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높습니다. 초반부터 추격전과 근접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액션 코미디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코미디만 기대하고 들어가면 살짝 놀랄 수 있습니다.
Q. 극한직업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A. 진선규와 공명이 함께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케미는 여전히 좋습니다. 다만 극한직업에서 느꼈던 예측 불가의 상황 반전이나 대사 개그의 밀도는 남편 둘이 다소 낮은 편입니다. 가볍게 웃으면서 액션도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극한직업급 웃음폭탄을 기대하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Q. 도입부가 지루하다는 말이 맞나요?
A. 저도 직접 느꼈습니다. 납치 사건이 터지기 전 초반 구간이 꽤 늘어지는 느낌이 있고, 그 부분에서 이탈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질 협박 전화가 오는 시점부터 영화 속도가 완전히 달라지니, 조금만 더 버텨보시는 걸 권합니다.
Q.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후속작을 의도한 열린 결말로 보이는데, 실제로 제작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흥행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남편 둘은 기대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는 작품입니다. 저처럼 육사오 감독이라는 이유 하나로 엄청난 기대를 갖고 들어갔다면 중반 전까지는 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반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펼치는 티키타카와 생각보다 탄탄한 액션을 기대하고 들어간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 줄로 말하자면 밥 친구로 틀어놓기 딱 좋은 영화입니다. 시종일관 집중해서 봐야 할 묵직한 작품이라기보다, 치킨 시켜 놓고 편하게 웃으면서 보기에 잘 맞습니다. 넷플릭스에 있으니 부담 없이 한 번 틀어보시고, 도입부에서 끄고 싶은 충동이 오더라도 인질 협박 전화 장면까지만 버텨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