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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가볍게 웃으려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화면에 뜨는 추모 자막을 보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울컥했습니다. 김수미 배우가 소천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유작이라는 무게, 영화 외적 맥락부터 짚어야 하는 이유
저는 어릴 때부터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보면서 김수미 배우를 좋아했습니다. 그 이후 전국노래자랑, 헬머니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귀신경찰은 그녀가 남긴 마지막 두 편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유작이란 고인이 생전에 완성해 둔 마지막 창작물을 가리키는 말로, 단순한 작품 이상의 무게를 갖습니다. 그 무게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 위에 겹쳐 보였습니다.
배우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촬영장에 나와 에너지 넘치는 애드리브를 쳐내는 장면들을 보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맥락을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2024년 국내 영화 관람객 수는 1억 3천만 명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이 영화를 고르는 이유가 저처럼 '김수미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이유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됩니다.
영화 완성도, 냉정하게 뜯어보면
제가 직접 끝까지 봐봤는데, 킬링타임 장르로서의 기능조차 절반밖에 못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킬링타임 장르란 깊은 서사나 주제 의식 없이 가볍게 즐기는 오락 영화를 뜻하는데, 그 낮은 기준마저도 이 영화는 일관되게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서사 구조 측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번개를 맞아 독심술 능력을 얻는다는 설정 자체는 판타지 코미디 장르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습니다. 독심술이란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으로, 이 영화에서는 특정 음료를 마셨을 때 소변을 보기 직전까지만 발동되는 조건부 능력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설정 자체는 오히려 재미있는 제약 조건이 될 수 있었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 규칙이 흐릿해지면서 긴장감이 사라집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오성 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도 문제입니다. 빌런, 즉 이야기의 핵심 장애물인 악당의 서사가 지나치게 허술하게 전개되면서, 주인공이 어떤 위협에 처해 있는지 관객이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클라이맥스인 창고 격투 장면에서 신현준과 정준호의 티키타카를 기대했지만, 두 배우가 오랜 친구 관계라는 걸 알면서도 화학적 반응이 극장 스크린 위에서 제대로 폭발하지 못했습니다. 화학적 반응이란 두 배우가 서로의 호흡을 살리며 시너지를 내는 연기적 궁합을 의미하는데, TV 예능이나 광고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재미를 이 영화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영화의 약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성 그룹 비리 파헤치기 서사가 지나치게 허술하게 전개됨
- 신현준-정준호 두 배우의 호흡이 극장용 포맷에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함
- 주인공과 딸 해리의 갈등·화해 구조가 본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음
- 번벤져스 설정이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해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듦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코미디 영화는 탄탄한 인물 관계와 상황 개연성이 흥행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는 그 두 가지 모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사람에게
제 경험상 이런 영화는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전부입니다. 완성도 높은 코미디를 원한다면 솔직히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김수미 배우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 볼 가치가 있습니다.
영화 말미에 짧게 삽입된 쿠키 영상과 그 뒤를 잇는 추모 자막은, 영화 내내 쌓였던 아쉬움을 한 번에 씻어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그 화면 앞에서 무덤덤하게 앉아 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코미디 현장에서 웃음을 만들어낸 배우. 귀신경찰은 영화 자체로는 아쉬운 작품이지만, 기록으로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집니다. 쿠팡플레이나 티빙 같은 OTT 플랫폼에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무거운 마음 없이 그냥 틀어두고 보시길 권합니다. 단, 마지막 5분은 혼자 보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