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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기대치를 꽤 높게 잡았습니다. 조진웅과 최우식이라는 조합, 거기에 일본 소설 원작이라는 타이틀까지.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이게 맞나?" 싶은 감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잘 만든 형사물인지, 그냥 배우들 얼굴로 버티는 영화인지 헷갈렸거든요. 두 번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조진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이 영화를 보러 가는 분들은 최우식 배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최우식의 테토적인 연기 변신이 궁금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의 무게 중심은 분명히 조진웅에게 있습니다.

    저는 조진웅 배우를 주말 연속극 조연 시절부터 봐왔습니다. 그 시절 그가 연기하던 방식과 지금을 비교하면, 단순히 연기력이 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밀도가 생겼다는 걸 느낍니다. 박강윤이라는 캐릭터는 악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의로운 경찰이라고도 볼 수 없는 회색지대의 인물입니다. 이 모호함을 조진웅은 표정 하나, 말 한마디의 무게로 채워냅니다. 조진웅이라는 조각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껍데기가 됐을 거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캐릭터 아크란 등장인물이 이야기 전반에 걸쳐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박강윤은 이 아크가 가장 뚜렷한 캐릭터입니다. 처음에는 비리의 냄새를 풍기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그가 택한 방식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우식의 민재는 성장 서사를 가져가지만, 변화의 감정선은 오히려 강윤 쪽이 더 진합니다.

    버디물 장르로서의 완성도

    이 영화는 겉으로는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디물(Buddy Film)에 가깝습니다. 버디물이란 서로 다른 성격이나 가치관을 가진 두 인물이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장르를 말합니다. 민재와 강윤은 처음부터 적대적인 관계로 시작합니다. 내사 대상과 내사 요원이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신뢰가 쌓입니다.

    제가 직접 두 번 보면서 느낀 건데, 이 신뢰의 과정이 첫 번째 관람 때는 잘 안 보입니다. 서술이 많이 생략돼 있고, 관객이 스스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꽤 많거든요. 사실 여기서 아쉬움이 생깁니다. 버디물의 핵심은 두 캐릭터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느끼는 것인데,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너무 빠르게 건너뜁니다.

    서브텍스트(Subtext)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걸립니다. 서브텍스트란 대사나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의도나 감정을 뜻하는데, 좋은 영화는 이걸 적절히 활용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중요한 서사 포인트조차 서브텍스트로 처리하다 보니, 강윤이 이명주 경사 사건에 어떻게 연루됐는지, 민재가 아버지 파일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관객이 넘겨짚기를 계속 해야 하는 구조는 피로도를 높입니다.

    한국 범죄 영화의 흥행 요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관객이 스토리 몰입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정보 과부족보다 정보 불균형에 있다고 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 영화가 딱 그 경우입니다. 어떤 정보는 과하게 주고, 어떤 정보는 너무 아낍니다.

    일본 원작과의 비교, 무엇을 잃었나

    일반적으로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는 원작의 사회 비판적 맥락을 상당 부분 한국식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번 경우는 재해석이 아니라 제거에 가깝습니다.

    원작 소설이 담고 있던 것은 경찰 조직 내부의 구조적 부패,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였습니다. 연남회라는 조직이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유지됐으며, 왜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한 맥락이 원작의 뼈대입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강윤의 설명 대사 한 줄로 처리합니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하는 대사 하나로 수십 년의 구조적 부패를 정리해버리는 거죠.

    미장센(Mise-en-scène) 측면에서는 이 영화가 분명히 잘 만들어졌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 의상, 소품, 배우의 위치 등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영화적 기법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이 참여한 덕분에 공간 연출과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청담동 가구점, 박강윤의 집 옷방, 도박 하우스의 동선까지 화면이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배우들의 의상과 세트에 시선이 집중되다 보면,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흐려집니다. 저도 영화관에서 첫 번째 볼 때는 조진웅이 입고 나온 가죽 재킷에 눈이 갔지, 그가 나영빈 하우스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한 박자 늦게 들어왔습니다.

    국내 영화 비평 전문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원작 소설의 사회 고발적 주제 의식을 버리고 관계 중심의 서사로 전환한 것이 이 영화의 상업적 판단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출처: 씨네21).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면서도 입소문에서는 힘을 잃었습니다.

    이 영화가 남긴 아쉬움의 정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건 캐릭터의 동기 부여 문제입니다. 민재가 내사를 수락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파일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파일이 민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나영빈이라는 악역도 12kg을 증량한 권율의 신체적 존재감에 비해, 극 안에서 차지하는 서사 비중이 너무 작습니다. 결과적으로 갈등 구조가 선명하지 않은 채로 영화가 끝납니다.

    이 영화에서 제대로 작동한 요소와 그렇지 않은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진웅, 최우식, 권율, 박희순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 미술, 의상, 촬영 등 비주얼 요소의 완성도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 반면 스토리의 인과 관계가 흐리고, 중요한 서사를 설명 대사에 의존하는 구조는 치명적입니다.
    • 악역 나영빈의 비중이 부족해 갈등의 무게가 충분히 실리지 않습니다.
    • 대사 전달력 문제도 있어, 극장 음향에서 일부 중요한 대사가 묻혔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경찰 조직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닌 저로서는, 비리 경찰들의 구조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속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게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했습니다. 그 씁쓸함마저도 영화가 좀 더 깊게 건드려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경관의 피는 스타일리시하고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형사 버디물입니다. 단, 조진웅과 최우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조진웅 배우 특유의 무게감 있는 연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더욱 흡족할 것입니다. 단순히 잘 생긴 형사물로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기대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원작 소설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까지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간다면, 저처럼 약간의 허탈함을 안고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Q3hoCBbi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