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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아들이랑 칼 싸움 놀이를 하다가 문득 '이걸 좀 제대로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찾아보게 된 영화가 바로 장혁 주연의 '검객'이었습니다. 예전에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를 보면서 장혁 배우 액션에 완전히 빠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사극이라니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조선판 테이큰, 이야기의 뼈대

    솔직히 처음엔 '사극 액션이 얼마나 특별하겠어'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구조 자체가 상당히 탄탄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배경은 조선 중기, 병자호란 전후 시기입니다. 당시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는 쇠퇴하는 명나라와 맞서며 동아시아 패권을 손에 쥐던 시절이었고, 조선은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 시기를 조청관계(朝淸關係)의 종속적 전환기라고 표현합니다. 쉽게 말해 조선이 명나라 중심의 외교 질서에서 벗어나 청나라의 압박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던 굴욕의 시대였다는 뜻입니다.

    영화는 그런 역사적 맥락 위에 '납치된 딸을 되찾으려는 아버지'라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드라마를 얹었습니다. 광해군의 마지막 호위 무사였던 태율이 산속에 숨어 딸을 키우다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에게 딸을 빼앗기고 검을 다시 드는 이야기입니다. 할리우드식으로 표현하면 조선판 테이큰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시대 배경을 단순한 세트 장치로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청나라 황족이 조선 거리에서 민간인을 노예처럼 끌고 가는 장면은 당시 공녀(貢女) 제도의 실태를 보여주는데, 공녀란 강대국에 조공 명목으로 바쳐진 여성을 의미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제가 직접 역사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꽤 불편하지만 그만큼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장혁의 검무 액션, 이건 차원이 다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장혁 배우였습니다. '추노'에서 "언년아~"를 외치던 그 장혁이 이번엔 검객으로 등장하는데, 제 경험상 그의 액션은 볼 때마다 감탄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핵심 볼거리는 검무(劍舞) 액션입니다. 검무란 단순히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전통 무예의 동작 원리를 기반으로 신체 전체를 활용한 무술 퍼포먼스를 의미합니다. 영화에서 태율이 수십 명의 병사들을 상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느린 호흡으로 시작해서 순식간에 속도가 폭발하는 리듬이 정말 살아있습니다. 총을 피하면서 동시에 여러 명을 제압하는 장면은 실제로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집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특히 눈에 띈 건 스텝워크였습니다. 발 움직임 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단순한 무술 시범이 아니라 진짜 싸움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부분이 추노와 비교가 안 된다고 느낀 이유입니다. 추노가 활극(活劇), 즉 역동적인 탈출과 추격 중심이었다면 검객은 정제된 검법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사극 무협 액션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느끼고 싶은 분들께는 이 영화 하나로 충분합니다. 일본에는 바람의 검신이 있다면 우리에겐 장혁이 있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혁 배우의 액션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빠른 전환 속도와 예측 불가능한 리듬감
    • 신체 전체를 활용한 검무 기반의 동작 설계
    • 감정 연기와 액션을 동시에 소화하는 표현력

    스토리의 완성도, 솔직한 평가

    액션이 압도적으로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조절하고 보시는 게 솔직히 낫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르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즐기러 왔다'기보다 '액션을 즐기러 왔다'는 마음가짐이 맞습니다.

    그래도 스토리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사 구조(敍事構造), 즉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는 꽤 효율적입니다. 15년 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태율이 왜 산속에 숨어 살게 됐는지, 태옥이 실은 광해군의 딸이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자연스럽게 쌓아갑니다. 다만 인물들의 심리가 좀 더 세밀하게 그려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히 승호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뤄졌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검객이 왜 청나라 편에 서게 됐는지, 그 내면의 갈등이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됐더라면 태율과의 대결 장면이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국 사극 영화의 무술 고증(武術考證), 즉 시대와 문화에 맞는 무술 동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하는가의 측면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작업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국내 사극 액션 장르는 2020년대 들어 OTT 플랫폼 확산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검객이 흥행 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흐름 속에서 다시 발굴될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장르 팬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마무리를 하자면, '검객'은 스토리보다 액션이 훨씬 앞서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액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장혁 배우 팬이라면, 또는 빠르고 시원한 사극 검술 액션을 찾고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입니다. 아들 조기 교육용으로 몇 가지 기술도 눈여겨봤으니 이건 덤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HfcWmYtRYs